휴식기 일상(7)_ 생리예정일 후 내원 (선생님께 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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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기위한 여정(난임기)

휴식기 일상(7)_ 생리예정일 후 내원 (선생님께 혼남)

by 유창씨 202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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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여름휴가 때 경주 여행을 떠나기 전날이
생리 예정일이었요.

 

경주 여행에 다녀오면
생리 3일차 정도가 될 테니까 내원일 타이밍이 딱이다 싶어
여행 일정을 그렇게 짰는데,

 

여행을 떠나던 날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도
시작되어야 할 생리가 감감 무소식...🤔

 

'아... 병원에서 배란이 잘 되었는지 체크하고
난포 터트리는 주사도 맞고 하던걸 안해서
대번에 또 생리불순이 찾아오나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생리가 조금 늦어지는 것 같으니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하고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래도 기미조차 없는 것이
이상해서 '설마...?🙄'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

 

정말 절대로 그럴 리가 없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임테기를 사왔어요.

 


 

임테기 결과가 별로 기대도 안되었고
'당연히 한 줄이지' 생각하고 있는데
자꾸만 도드라지는 두 줄...?

 

화장실 밖으로 나와서 유편이를 불렀어요.

 

"여보. 이리와봐. 이게 뭐야?"

"두 줄인데......?...?"

"이게 뭐야...? 고장난거 아니야?"

"두 줄이야...!"

"아냐.. 이거 고장난 것 같아. 불량일 수 있으니까 새로 하나 더 해보자."

"내가 지금 나가서 사 올게!"

 

돌아 온 유편이의 손에 테스트기가 두 개가 들려있었어요.

 

"왜 두개나 사왔어?"

"하나는 얼리 테스트기고, 하나는 일반 테스트기. 확실히 하면 좋잖아."

 

새로운 두개를 몽땅 테스트했는데

세상에....

'테스트기 세개가 다 불량일 수도 있나...?'

 

 

"여보, 세개가 다 동시에 불량일 수도 있나...?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하고 묻고 있는데
유편이의 얼굴은 이미 잔뜩 상기 된 채로
저를 얼싸안고 폴짝폴짝 뛰어댔어요.

 

 

 

난임 병원에 다니는 1년 반 동안 수도 없이 상상했던 순간인데..
인공수정도 시험관도 수도 없이 실패하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만큼, 이 순간이 내게 찾아오면
기쁨의 눈물을 쏟아낼 줄만 알았는데..

 

너무 오래 기다려서 기대하는 것에 지쳐버린 것인지
기쁘기보다는 얼떨떨..하고 믿어지지 않았고
걱정이 더 먼저 찾아왔어요.

 

시험관을 해도 안되던 임신이 된 것이
얼마나 건강한 아기가 임신이 된건지 자신이 없었고
혹여나 너무 기뻐했다가 일찍 헤어짐을 맞이 하게되면
너무 많이 슬퍼해야 할까봐 겁부터 났어요.

 


 

당장 내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지만
하필 내일이 공휴일이어서 병원이 쉬는 날이었어요.

 

아기를 위해서 당장 해 줄 수 있는 조치가 없어서 불안했던 저는
그동안 처방 받았다가 남아있던 '예나트론 질정'을
아침&저녁으로 넣으면서 내원일을 기다렸어요.

 


 

생리 예정일은 월요일이었는데,
내원한 날은 금요일이었어요.

 

병원에 가서 임신테스트 결과를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이 약간 놀라고 질타 섞인 듯한 목소리로 물어보셨어요.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당연히 임신 안 될 줄 알고.. 생리가 좀 늦어지는 줄 알았어요.
임신인 걸 알았을 때는 공휴일이라 오늘 왔어요ㅜ"

 

임신테스트기 두 줄이 나왔지만,
병원에서 채혈로 임신반응피검사를 진행했어요.
호르몬 수치가 안정적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어요.

 

수치가 낮으면 제가 걱정했던 대로 유산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저도 결과가 어떨지 너무 긴장되었어요.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늘 혼자 다니던 백화점에
유편이와 함께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유편이와 함께 기다릴 수 있어서
조금 마음에 안정이 되는 것 같았어요.

 


 

식사 후, 병원으로 돌아가니
호르몬 수치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임신 소식..

 

"선생님, 저... 당연히 임신 안 될 줄 알고 쉬는 동안 술도 좀 마시고

파마도 하고 다 했는데 어떡해요...?!?!?!??😲"

하고 여쭤보니,

"지금 아기 괜찮으면, 괜찮은거예요~😄"
하고 안심시켜 주셨어요.

 

그리고 약간 피비침이 있는데, 심한 정도는 아니니 괜찮은데
혹시 집에 가서 속옷에 묻어나오는게 심하면
병원에 전화하고 빨리 오라고 하셨어요.

 

임신 안정기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섣불리 안심도 할 수 없고
내가 진짜 임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아기를 지켜봐야죠!

 

오늘부터 '예나트론 질정'을 하루 하나씩 넣으라고 하셨어요.

 

"엇.. 저 안그래도 불안해서 내원 전에 아침&저녁으로 넣고 있었어요.
집에 남은게 있어서요."
하니까, 웃으시면서

"그래요? 호르몬 수치가 안정적이어서
두개는 필요없고 지금부터 하나씩만 넣으시면 되요~
그리고 크녹산 처방 받았었죠~? 지금부터라도 크녹산 유지할게요"
하셨어요.

 

정말 맞기 싫은 주사인데...ㅠㅠ

휴식기 동안 안 맞아서 너무 행복했었눈데...!

 


 

수납 대기표를 뽑아들고 복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유편이가 자꾸
"뭐래? 임신 진짜 맞대? 아무 이상 없대?"
하고 물어대는 통에 조용히 시키느라 곤란했어요ㅎㅎ

 


 

사실 1년 반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아기 초음파 사진을 들고 부부가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가끔 보게되는데
그 때마다 너무 부럽고 '나는 왜 안될까' 마음이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거든요.

혹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고 마음 아픈 분이 있을까 조심스러웠어요.


저도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건 아니예요.

 

초반에는 아기가 생긴 부부를 마음 속으로 너무너무 축하해주고
'나도 곧 아기가 생기겠지' 했는데
실패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행복은 오지 않을 것만같은 좌절감이 짙어질 수록
그런 장면을 눈에 담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서도
황보라님, 강재준&이은형 부부, 랄랄 님, 국가비 님... 등
줄줄이 임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결국 유튜브 시청도 끊어냈었어요.

 


 

그리고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마음이 많이 회복되면서
뒤늦게 그 분들의 임신 중 vlog도 축하하는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제게 이런 날이 이렇게 금방 올 줄 몰랐네요.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좌절의 시기의 끝이 보이는 것이
정말 기뻤는데, 잠시 후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아... 나 난임부부 지원금 신청 미리해뒀던거 날렸네....?
내 110만원..........!'

요론 생각하는 거 보니 이제 확실히 긴장 풀린거 맞죠...?

지금 110만원이 아까울 때가 아닌데 말이죠 ㅎ

 

아무튼 이렇게 뜬금없이, 갑자기!
앞으로는 임신기에 경험하는 것들을 공유해드리게 되었어요.

 

제가 그랬던 것 처럼 지금 마음 고생하고 계시는
예비 엄마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요.

 

 

 

===== EPILOGUE =====

 

휴가를 시작하며, 간식거리를 고르는데
이상하게 달다구리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니..!

 

저는 짭쪼롬한 과자를 주로 좋아하고
단 것은 그렇게 많이 찾지 않는편인데,
이상하게 그 날 따라 눈이 뒤집혀서 온갖 종류의 사탕을 골라 샀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심각하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런 일이 잘 없어서 '미쳐따...!' 하면서
사진까지 찍어 남겨둔거예요 ㅋㅋㅋ

 

아마 애기가 아빠 입맛을 닮았나봐요...;
유편이가 아주 달다구리에 환장하는 편이거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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