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차에 찾아온 아기.
아직 5주차밖에 되지 않은 극초기라서 조심스러운 시기여서
저도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이번 주말에 양가 부모님께 알려드리기로 했어요.
(보통은 안정기에 들어선 16~20주차 사이에 임밍아웃을 많이 하더라고요.)
결혼 2년차부터 좋은 소식은 없는지 기다리셨던 시부모님이셨기에,
저희에게 스트레스가 될까 최대한 티는 안내셨지만 얼마나 기다리셨을지 아니까요.
만에 하나, 아기를 유산하게 되더라도 그 슬픔까지 함께 겪기로 했어요.
보통은 혼자 감내하려는 편인데, 이번에 복수가 차서 고생할 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결혼 2년차에는 누가 아기 계획 없는지 물어보셨을 때는
"아직 계획 없어요~ 일도 조금 더 하고, 신혼생활도 조금만 더 즐기고 1~2년 후에 가지려고요." 하고,
그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일이 이제 막 뭔가 되는 것 같아서 조금만 더 바짝 일해놓고 가지려고요." 하면서 미뤄왔는데..
이제와서 이렇게까지 고생해서 아기를 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었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고생을 알고 싶어할리도 없다는 생각이 컸었거든요.
그래서 시댁에도, 친정에도 최대한 난임병원에 다니면서 매일 주사 맞고
호르몬 영향으로 이런저런 고생하는 것 티내지 않고 지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시험관을 준비하면서 난자채취 후에 복수가 차서 고생을했잖아요.
그 고생이 겨우 지나간지 얼마 안되었을때, 가족 중 한 사람이, 저희와도 알고 지내는 지인 부부 얘기를 하는거예요.
최근에 시험관하면서 신선배아 이식 부작용으로 복수가 차고 고생해서 애기를 가졌다면서
너무너무 고생을 많이 한 것이 안타깝다는 식으로 얘기하는거예요.
저는 순간적으로 벙- 쪘어요.😯
똑같이 복수가 차서 고생을 했는데, 누구는 신선배아이식 반응으로 임신에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얘기하고.
저는 이식도 전에 복수가 차는 바람에 신선배아이식은 시도도 못해보고 몸도 마음도 고생만 했는데..
가까운 가족이 고생하는 건 모르고 그 앞에서 남 고생한 일을 얘기하니,
어쩐지 좀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아.. 내가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가 없구나.'
'서운해할거면 나 요즘 힘들다고 얘기해야 주변 사람들이 알아 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이르지만 임신 소식을 전하기로 결정했어요.
혹시나 유산이 된다하더라도 그 때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게요.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요.
임밍아웃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참고하기 위해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참 많이 찾아봤어요.😁
임신테스트기와 초음파사진을 상자에 포장해서 열어보게 하는 식으로 많이 했더라고요~
포장지도 새로 사야하고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아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편지를 쓰는 식으로 했어요.
양가부모님께 그동안의 감사를 전하고, 부족한 효도에 죄송함도 전하고..
나이가 들 수록 나날이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앞으로 좋은 부모, 좋은 자녀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하며
손주가 생기신 것을 축하드리고 태명은 '별똥이'라고 지었다고 알려드렸어요.
제가 예상했던 편지를 읽으신 부모님의 반응은,
깜-짝 놀라시고, 정말 아기가 생겼냐고 물어보시고, 함박웃음 지으며
박수치시며 너무 축하한다고 해주시는 모습이었는데요.
(1) 시부모님의 반응
"어~ 정말~? 축하한다. 행복해라."
(약간의 어색한 미소와 함께)
(2) 친정부모님 반응
"진짜~? 너무 축하해~"
(아주 차분한 미소와 함께)
응.... 노잼... ㅋㅋㅋㅋ
공통적으로 양가 아버지들은 다 얼음... ㅋㅋㅋ
무슨 반응을 보여줘야할지 엄청 당황스러운 기색이었어요.🤣
양가 부모님이 전부 다 점잖으시고 호들갑 떠는 분이 없으셔서;;
뭐 사실 저희 부부도 그런 편이지만요..
피가 어디 가나요~? 🤷♀️ ㅋㅋㅋㅋ
뜨뜨미지근한 축하로 끝나버린 임밍아웃이었답니다 ㅎ
기대한 제가 너무했죠... 이것이 유튜브의 폐해...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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